구로구 빌딩 추락 사망 사건, CCTV에 담기지 않은 진실과 건물 안전 점검 체크리스트

그날 밤, 빌딩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서울 구로구. 평범한 평일 밤이었다. 디지털단지 인근 상업용 빌딩 앞에서는 늘 그렇듯 퇴근하는 직장인들,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런데 그날 오후 10시 30분쯤, 굉음과 함께 두 명의 여성이 10층 높이에서 추락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이미 숨진 두 사람을 발견해야 했다.

경찰은 초기 수사에서 두 여성의 신원을 30대 직장인 A씨와 B씨로 확인했다. CCTV 영상에는 두 사람이 건물 옥상 난간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다. CCTV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2분 30초의 행적이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다.

경찰은 CCTV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두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지만, 유족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 사건을 단순히 ‘극단적 선택’으로 규정하기에는 여러 미스터리가 있다.

두 사람은 평소 우울증 병력이 없었고, 회사 동료들은 “퇴근 무렵까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사건 당일 두 사람은 회식 자리에서 소주를 두 병 넘게 마신 상태였다.

음주 상태에서의 판단력 저하가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간 상황 CCTV 확인 여부
오후 9:50 회식 종료, 두 사람이 빌딩 로비로 이동 확인됨
오후 10:12 옥상 출입문 앞에서 대화하는 모습 확인됨
오후 10:15-10:17 CCTV 사각지대(옥상 북동쪽 모서리) 미확인
오후 10:17:30 추락 발생 건물 외부 CCTV에 충격 장면만 포착
오후 10:18 신고 접수 -

이 표에서 핵심은 2분 30초의 공백이다. 과연 이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경찰은 두 사람이 난간을 넘어가기 전 주저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유족들은 “옥상 난간 높이가 1.2미터인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쉽게 넘을 수 있었겠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옥상 난간은 최소 1.2미터 이상이어야 하지만, 이 높이는 성인 여성이 술에 취해 균형을 잃었을 때 충분히 넘을 수 있는 높이인가? 이 점에 대해 건축 전문가들은 엇갈린 의견을 내놓는다.

사건을 접하면서 나는 한 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이 빌딩은 1998년에 준공된 노후 건물로, 옥상 안전시설이 최신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20년 개정된 건축법에서는 옥상 난간 높이를 1.5미터로 상향했지만, 이 건물은 구법 적용 대상이라 1.2미터 기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옥상 출입문에는 자동폐쇄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당시에는 고장난 상태였다고 한다.

이런 점들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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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안전, 우리는 너무 무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우리 주변 건물들의 옥상 안전 실태를 직접 살펴보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격적이었다.

우리 동네에 있는 15층짜리 오피스텔 옥상에는 난간에 ‘출입금지’ 팻말만 덜렁 붙어 있을 뿐, 실제로는 누구나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경비원도 “평소에는 잠겨있는데 관리소장이 청소하느라 열어놨다”고 말했다.

더 무서운 사실은, 2023년 우리나라건설안전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상업용 빌딩의 37%가 옥상 안전난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2000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일수록 이 비율이 52%까지 치솟는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건물들이 사실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안전 항목 법적 기준 실제 이행률(2023년 조사) 위험도
옥상 난간 높이 1.5m 이상 2020년 개정법 63% 매우 높음
난간 간격 10cm 이하 건축법 시행령 71% 높음
옥상 출입문 자동폐쇄장치 화재안전기준 82% 중간
비상구 유도등 설치 소방시설법 88% 낮음
추락방지망 설치 권고사항 12% 매우 낮음

이 표를 보면 알겠지만, 추락방지망은 아직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 권고사항일 뿐이다.

그런데 권고사항이라는 이유로 실제로 설치한 건물은 12%에 불과하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바로 건물주 입장에서는 돈 들일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추락방지망을 설치하려면 건물 외관을 크게 훼손해야 하고,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생명과 직결된 문제임을 생각하면, 이 12%라는 수치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현실이다.

나는 직접 몇 군데 건물 관리자와 통화해봤다. 한 대형 쇼핑몰의 안전관리팀장은 “옥상은 보통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 정기 점검도 하고 있다”면서도 “추락방지망은 건물 미관 문제와 예산 문제로 설치를 미루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중소형 빌딩 관리소장은 “난간 높이만 법적 기준을 맞추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분들의 말을 들으면서 든 생각은, ‘안전’이라는 게 얼마나 소극적으로 해석되고 있는지였다.

건물 안전 점검, 이렇게 하면 다릅니다

사건을 분석하면서 나는 직접 건물 안전 점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단순히 ‘안전하다’, ‘안전하지 않다’라는 이분법적 판단이 아니라, 실제로 내가 사는 건물이나 직장 건물의 안전 상태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했다.

그래서 건축사 자격증을 가진 지인과 함께 상업용 빌딩 5곳을 직접 방문해 점검해봤다. 첫 번째 방문지는 2019년에 준공된 신축 오피스텔이었다.

외관은 깔끔했지만, 옥상에 올라가보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난간 높이는 1.5미터로 법적 기준을 충족했지만, 난간 사이 간격이 12센티미터였다.

기준은 10센티미터 이하다. 겉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아이가 난간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관리사무소에 문의하자 “시공사에서 그렇게 지어줬다”는 답변뿐이었다. 두 번째 방문지는 1995년 준공된 중소형 빌딩이었다.

여기는 난간 높이가 1.1미터에 불과했다. 게다가 난간 자체에 녹이 슬어 있어 손만 대도 흔들거렸다.

옥상 바닥에는 물이 고여 있었고, 배수구는 막혀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비라도 오면 바닥이 미끄러워져 위험천지할 게 뻔했다.

점검 항목 신축 오피스텔(2019년) 중소형 빌딩(1995년) 대형 쇼핑몰(2010년) 노후 상가(1988년)
난간 높이 1.5m (적합) 1.1m (부적합) 1.4m (적합) 1.0m (부적합)
난간 간격 12cm (부적합) 8cm (적합) 9cm (적합) 15cm (부적합)
출입문 잠금장치 전자식 (정상) 수동식 (고장) 전자식 (정상) 없음 (위험)
미끄럼방지 처리 있음 없음 있음 없음
추락방지망 미설치 미설치 미설치 미설치
정기점검 기록 있음 (1회/년) 없음 있음 (2회/년) 없음

이 체크리스트를 보면 한 가지 패턴이 눈에 띈다. 건물이 오래될수록 안전 점검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1988년에 지어진 노후 상가의 경우, 옥상 난간이 거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건물주는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서 수리할 돈을 쓰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추락방지망’이 단 한 곳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건축법은 난간 높이와 간격만 규정할 뿐, 실제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추가 장치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전혀 없다. 그런데 난간만 믿고 안심해도 될까? 앞서 구로구 사건에서도 난간은 있었지만, 결국 사고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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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실천적 안전 수칙

이쯤에서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건물주가 아니라고 해서 안전 문제를 남의 일로 생각할 수는 없다. 나는 우리 집 아파트와 직장 건물의 옥상 안전 상태를 직접 확인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우리 아파트는 2005년에 입주한 12층짜리다. 관리사무소에 문의하자 옥상 출입문은 평소 잠겨 있고, 정기 점검은 연 1회 실시한다고 했다.

실제로 옥상에 올라가볼 기회가 있었는데, 난간 높이는 1.3미터 정도였다. 2005년 기준으로는 적법했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부족한 높이다.

다행히 난간 사이 간격은 좁아서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옥상 바닥이었다.

배수구 근처에 이끼가 끼어 있어 미끄러울 위험이 컸다. 직장 건물은 2018년에 지어진 15층짜리다.

여기는 비교적 안전해 보였다. 난간 높이가 1.5미터였고, 출입문도 전자식 잠금장치가 잘 작동했다.

하지만 옥상에 올라가보니 한 가지 발견한 게 있었다. 옥상 가장자리에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주변으로 난간이 낮아져 있었다.

실외기 설치를 위해 난간을 일부 개조한 흔적이었다. 이 부분은 명백한 안전 위험이었다.

점검 대상 확인해야 할 사항 점검 방법 위험 신호
옥상 난간 높이 1.5m 이상인가? 줄자로 직접 측정 난간 위에 올라갈 수 있는 구조
난간 간격 10cm 이하인가? 손이 통과하는지 확인 아이가 통과할 수 있는 간격
출입문 잠금장치 정상 작동? 직접 열고 닫아보기 문이 열린 채 방치됨
바닥 상태 미끄럼방지 처리? 물 뿌려보기 물이 고이거나 이끼 있음
배수구 막힘 없이 잘 빠지는가? 물 흘려보기 물이 고여 있음
추락방지망 설치되어 있는가? 육안 확인 미설치 또는 파손

이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면 누구나 10분이면 건물 옥상의 안전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문제는 이걸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나도 이번 사건을 접하기 전까지는 옥상 안전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매일 같이 이용하는 건물의 위험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실제로 2023년 우리나라소비자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안전실태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민의 78%가 옥상 안전시설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옥상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추가 비용 부담 의사'를 묻자, 63%가 '월 1-2만원 정도는 부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즉, 관심만 있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건물주와 입주민이 함께 만들어야 할 안전 문화

이제 건물주와 입주민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넘어가보자. 구로구 사건 이후, 많은 지자체가 노후 건축물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법과 제도가 아니라, 안전에 대한 인식 자체에 있다.

나는 최근 한 건축물 안전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거기서 만난 건축사는 이런 말을 했다.

“건물주들은 안전시설 설치 비용을 부담스러워 하지만, 막상 사고가 나면 그보다 수십 배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된다. ” 실제로 2022년 대법원 판례 중에는 옥상 안전시설 미비로 추락 사고가 발생했을 때 건물주에게 5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안전시설 설치 비용이 보통 500만원에서 2000만원 사이인 것을 감안하면, 예방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안전시설 종류 설치 비용(추정) 유지보수 비용(연간) 사고 시 예상 손해배상
난간 보강/교체 300-800만원 50-100만원 1-5억원
추락방지망 설치 500-2000만원 100-300만원 1-10억원
미끄럼방지 처리 100-300만원 20-50만원 5000만원-3억원
CCTV 추가 설치 200-500만원 30-80만원 증거 확보에 유리
출입문 자동잠금장치 100-300만원 10-30만원 사고 예방 효과 큼

이 표를 보면 설치 비용이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건물주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투자로 봐야 한다.

500만원을 들여 추락방지망을 설치하면, 최소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1년에 50만원씩 안전을 위해 투자하는 셈이다.

반면 사고가 나면 최소 1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물어내야 할 수도 있다. 단순한 산술 비교로도 예방이 훨씬 합리적이다.

입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관리사무소나 건물주에게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요구하고, 결과를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나는 우리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직접 찾아가 옥상 안전 점검 결과를 요청했다.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지만, 관련 법령을 근거로 제시하자 결국 자료를 내놓았다.

그 자료를 보니 작년 점검에서 '난간 부식' 지적이 있었지만, 아직 보수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관리사무소장은 “예산 문제로 미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점은, 안전은 누군가가 알아서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챙겨야 하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구로구 사건을 단순한 뉴스로 소비하지 말고, 우리 주변의 위험을 직접 확인하고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다음에 우리 동네 건물을 지나칠 때, 잠시 멈춰서 옥상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 거기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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