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에서 만난 겨울 바다 부안의 숨은 섬을 걷는 시간
겨울 섬은 북적거림이 빠져나간 자리에 바다와 노을, 그리고 사람 냄새만 남는다. 부안군 위도는 그런 겨울 섬의 매력을 제대로 간직한 곳이다.
격포항에서 여객선으로 50분, 22km의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달리거나 고슴도치길을 걸으면 서해의 쓸쓸한 풍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특히 겨울에는 계절마다 다른 낙조 스폿이 나타나는데, 12월에는 전막리 위쪽 고갯마루 정자나 거륜도 앞 낚시잔교에서 보는 노을이 가장 또렷하다.
겨울에 찾아가는 위도, 배편과 섬 안 이동은?
위도에 가려면 변산반도 격포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야 한다. 위도파장금항까지 하루 6회 운항하며 소요 시간은 50분이다.
배편이 넉넉한 편이라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도 부담이 없다. 섬 안에서는 공영버스와 택시가 다니고, 차량을 가지고 입도할 수도 있어서 날씨가 추운 겨울에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섬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자전거만 한 게 없다. 해안을 따라 순환하는 일주도로는 총 22km로, 달리는 내내 시야에서 바다가 벗어나지 않는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5개 코스로 조성된 고슴도치길을 걸어도 좋고, 등산로를 타고 섬을 종주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위도의 상징, 고슴도치와 '금'이라는 지명의 비밀
위도의 '위(蝟)'는 고슴도치를 뜻한다. 그래서 섬 곳곳에는 고슴도치 조형물과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걷기 길도 고슴도치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선착장에서 여행객을 반기는 고슴도치 모자상은 위도의 확고한 시그니처다. 위도를 여행하다 보면 파장금, 미영금, 벌금, 살막금, 도장금처럼 '금(金)'으로 끝나는 지명을 자주 만난다.
이 '금'은 해안선이 만입된 형태의 지형을 가리키는 말로, 돌출된 '곶'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덕분에 지명 하나만 봐도 그곳이 어떤 모양의 해안인지 짐작할 수 있다.
칠산바다의 조기 파시와 띠뱃놀이의 전통
위도는 예로부터 칠산바다에 속해 조기가 많이 잡히던 섬이다. 위도 파시는 서해안에서 가장 큰 규모였고, 조기의 품질이 좋아 나라에 진상되기도 했다.
칠산바다는 법성포 앞 7개 섬, 군산 앞바다의 고군산도, 부안의 위도로 둘러싸인 해역으로 흑산도·연평도와 함께 3대 조기 어장으로 꼽힌다. 당시 용왕에게 만선과 행복을 빌었다는 띠뱃놀이는 중요무형문화재 82-3호로 지정되어 여전히 섬의 주요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정월 초하루면 띠배를 바다에 띄워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던 전통이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이다.
계절마다 다른 위도의 매력, 상사화부터 겨울 낙조까지
위도는 초가을에 하얀 상사화가 피는 섬으로도 유명하다. 하얀 상사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위도에서만 자라는 위도상사화다.
이 즈음에는 '고슴도치섬 달빛 보고 밤새 걷기 축제'도 열린다. 겨울의 위도는 여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해가 지는 위치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데, 12월에는 가장 왼쪽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겨울에는 전막리 위쪽 고갯마루 정자 부근이나 거륜도 앞 낚시잔교에서 보는 낙조가 가장 아름답다.
위도전망대에 올라가면 서쪽 수평선 너머 상왕등도와 하왕등도 사이로 떨어지는 해를 볼 수 있다. 돛배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편안하게 노을을 기다리기 좋다.
- 위도전망대: 위도팔경 중 왕등낙조를 조망하는 곳, 계절별로 해가 떨어지는 지점이 달라짐
- 거륜도 앞 낚시잔교: 겨울철 낙조 스폿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곳
- 전막리 위쪽 고갯마루 정자: 겨울 노을이 가장 또렷하게 보이는 지점
위도해수욕장에서의 전세캠핑과 꽃게라면 한 그릇
위도해수욕장 뒤편에 있는 야영장은 겨울이면 한산하기 그지없다. 인적이 드문 탓에 마치 섬 전체를 혼자 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화장실과 개수대도 개방되어 있어 겨울 캠핑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부에서 권장하는 해수욕장 25곳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위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미는 꽃게라면이다. 깊은금안길에 있는 이 가게는 7,000원에 우량한 꽃게 한 마리가 통째로 올라간 라면을 판다.
꽃게를 갈아 만든 다진 양념을 스프와 함께 풀어 넣어 국물이 얼큰하면서도 칼칼하다. 짜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기본 제공되는 김치는 바닷물로 절인 배추에 위도 해역에서 잡은 잡어로 만든 액젓을 넣어 담근 것인데, 아삭한 식감과 감칠맛이 일품이다. 라면을 다 먹고 남은 국물에 공깃밥을 말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작은 행복이다.
- 꽃게라면: 7,000원, 공깃밥 서비스 포함
- 주소: 전북 부안군 위도면 깊은금안길 2-4
- 영업시간: 매일 10:00-20:00
위도에서 둘러볼 만한 곳들
정금도와 딴정금 육계사주
벌금마을 앞에 있는 정금도는 위도 8경 중 '정금취향'으로 불리는 곳이다. 본 섬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차량이나 도보로 건너갈 수 있고, 갯벌과 백사장, 작은 동산과 초지가 어우러져 걷는 재미가 있다.
마을 안의 몇 안 되는 가옥들은 민박이나 펜션을 운영한다. 정금도 북쪽 끝에는 딴정금이라는 아주 작은 무인도가 있다.
마을 내 펜션 '언덕 위의 하얀집'을 들머리로 숲길을 따라 10여 분 걸어가야 하는데, 썰물 때면 고운 몽돌로 이뤄진 육계사주가 드러난다. 위도에 기항했던 여객선이 이웃 섬 식도로 오갈 때 이 육계사주 위로 배가 떠 있는 듯한 사진을 얻을 수 있어 포토 스팟으로 유명하다.
벌금 용머리해안
벌금마을 북쪽 끝에 있는 용머리해안은 퇴적암이 층층이 쌓여 시루떡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부안 격포의 채석강을 보는 듯한 풍경이다.
단출한 낚싯대로 저녁 찬거리를 잡아가는 주민들의 생활 낚시터이기도 하다. 부안군은 대형습곡과 공룡알화석지를 연계해 지질공원 탐방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내원암 배롱나무
내원암은 고창 선운사의 말사로 800여 년 전에 창건된 암자다. 현재 암자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수령 300년이 된 배롱나무다.
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는 꽃이 피면 100일 동안 피고 진다. 겨울에는 꽃을 볼 수 없지만, 꽃과 잎을 떨군 자태만으로도 수많은 계절을 묵묵히 견뎌 온 의연함을 느낄 수 있다.
큰딴치도
외치도라고도 부르는 큰딴치도는 소나무와 감탕나무 군락, 닭의난초 등 우수한 식생으로 특정 도서로 지정되어 있다. 바닷물이 들고 남에 따라 위도 치도리와 이어졌다가 때로는 다른 섬이 되기도 한다.
치도리 날마통
깊은금과 미영금 사이의 해안도로 구간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서쪽 바다로 길게 돌출된 곶이 눈에 들어온다. 파란 바다 한가운데 두 개의 섬을 잇는 듯한 해변의 모습은 해외 유명 휴양지를 연상시킨다.
해변 위쪽에 보이는 풍차와 건물들은 펜션과 부대시설이다. 가까이 가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보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는 게 현지의 평가다.
겨울 섬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팁
겨울 섬은 눈으로 행복해지고 입으로 감동하는 곳이다. 다만 날씨가 추운 만큼 준비물도 챙겨야 한다.
- 배편은 계절에 따라 운항 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니 출발 전에 격포여객선터미널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 당일치기보다는 숙소를 잡거나 캠핑을 하면 노을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다
- 섬 안에 편의점이나 마트가 많지 않으니 먹을거리는 미리 준비하는 편이 낫다
- 겨울에는 바람이 강하니 방풍 옷과 장갑, 모자를 챙기자
Q. 위도 여행은 몇 시간이면 충분한가요?
당일치기로도 둘러볼 수 있지만, 노을을 보고 다음 날 일출까지 보려면 1박 2일이 적당하다. 캠핑을 하면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Q. 차량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나요?
네, 차량을 가지고 입도할 수 있다. 다만 성수기나 주말에는 차량이 많을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Q. 겨울에도 배는 다니나요?
네, 겨울에도 배는 운항한다. 다만 기상 상황에 따라 결항될 수 있으니 출발 전에 운항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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